CRISPR 관련주로 급등한 마크로젠을 보며 작년 12월 FDA 승인된 유전자 편집 치료제 2종이 떠올랐다.
그 중 카스게비는 최초의 CRISPR 유전자 가위 치료제이다.
CRISPR로 특허 전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를 이용한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았다.
제약 바이오 업계의 발전 속도는 항상 상상 그 이상이다.
세계 최초로 FDA 승인된 CRISPR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겸상적혈구병 치료제이다.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내 치료제사무소(OTP) 디렉터인 니콜 버든(Nicole Verdun)은 "겸상 적혈구 질환은 희귀하고 쇠약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혈액 질환으로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으며, 오늘 두 가지 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함으로써 특히 이 질환으로 인해 삶이 심각하게 방해받은 사람들을 위해 이 분야를 발전시키게 되어 기쁘다."면서 "특히 유전자 치료는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희귀 질환 환자에게 보다 표적화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ㆍ 겸상적혈구병 (낫형세포병; sickle cell anemia)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중 하나가 정상과 다르게 변이하여 적혈구가 낫모양으로 변하여 악성 빈혈을 유발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비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은 산소 농도가 떨어질 때 다른 여러 헤모글로빈 분자와 결합하여 긴 섬유 모양으로 뭉치고, 이로 인해 적혈구 전체의 모양도 낫 모양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적혈구가 쉽게 파괴되고 유동성이 떨어지므로 산소 운반을 잘 하지 못하여 심한 빈혈 증상이 나타나고, 때때로 겸형 적혈구가 모세 혈관을 막아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므로 뇌, 심장, 신장 등의 조직에 손상을 일으킨다.
겸상적혈구병은 미국에만 약 10만명의 환자가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골수이식 혹은 주기적인 수혈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
ㆍ 카스게비(Casgevy; 엑사셀)
카스게비는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에서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공동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이다.
카스게비는 겸상적혈구빈혈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편집 과정을 거쳐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방해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낸 후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임상 3상에서 카스게비는 베타지중해빈혈 환자의 수혈 기간을 최대 36.2개월로 늘렸고, 1회 투약으로 최대 3년간 약효가 유지되는 것을 입증하였다. 또한 겸상적혈구병 임상에 참여한 환자는 카스게비 투약 후 최대 32.2개월까지 혈관 폐쇄 증상을 겪지 않았다.
ㆍ 리프제니아(Lyfgenia; 로보셀)
리프제니아는 카스게비와 같은 날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겸상적혈구병 유전자 치료제로서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가 개발한 '원샷' 주사제이다. 리프제니아는 카스게비보다 2달 늦게 심사받기 시작했지만 패스트 트랙 경로로 심사를 받아 카스게비와 같은 날 승인을 받았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를 꺼내어 유전자가 조작된 치료제를 렌티바이러스를 통해 주입한 후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몸에서 줄기세포 추출 후 별도의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ㆍ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차이점 요약
카스게비는 크리스퍼 기술을 사용해 혈액 줄기세포를 편집해 헤모글로빈 생산을 늘리는 기전인 반면 리프제니아는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해 기능성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조작된 유전자를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ㆍ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의 단점
리프제니아는 1회 투약 비용이 약 41억원, 카스게비는 약 29억원으로 책정됐다. 평생 수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 원샷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높은 장점이지만 한 번에 수십억에 달하는 치료비를 지불할 수 있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급여 등재 시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리프제니아는 임상시험 도중 환자에게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나타난 사례가 있어 혈액암의 유발 위험성 또한 있다. 제약사 측은 치료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작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ㆍ 전망
유전질환은 대개 희귀질환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겸상적혈구병은 미국에만 환자가 10만 명으로 제법 환자가 많은 편이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흥미롭게도 겸상 적혈구성 형질이 말라리아로부터 강하여 아프리카인들의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겸상적혈구병을 대상으로 한 것은 임상을 수행할 충분한 환자 수를 확보할 수 있는 질환이었기 때문임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개발될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경우, 어떤 질병을 대상으로 하고 임상 환자 수를 어떻게 확보할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1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인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와 2세대의 탈렌을 넘어서 3세대 CRISPR가 드디어 최초로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서 FDA 승인을 받고 상용화가 되었다. 최초의 약물이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며 특히 부작용 이슈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도 유전자 편집 치료제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있으니 국내에서도 속히 성공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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